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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공부/함께읽기

[2023년 2월] 델리아 오언스의『가재가 노래하는 곳』

작성자 | 황선영

 

「가재가 노래하는 곳」(델리아 오언스, 2018, 살림출판사)

 

20232월 협동조합 함께하는 연구는 가재가 노래하는 곳을 함께 읽었습니다.

조합에서 함께 읽어 온 책들은 대부분 최근 사회적 문제와 결이 맞닿아있던 사회과학 서적이었는데, 소설을 함께 읽는 것은 참 오랜만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모두에게 조금은 낯선 작업이었지만 소설이기에 더 풍부한 해설을 곁들여 조합원들이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더 재미있었던 세미나였던 것 같습니다.

 

「가재가 노래하는 곳」은 오랜 기간 동물을 연구하는 생태학자인 작가가 일흔에 써낸 첫 소설입니다. 작가 델리아 오언스의 원래 직업은 생태학자로, 이 소설책을 출간하기 전 오랜 기간 야생동물을 관찰해서 연구를 진행하고, 그 성과를 집대성한 2권의 책으로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올랐습니다. 연구에 대한 성과를 꾸준히 자신만의 글로 풀어온 작가이지만 논픽션과 픽션은 글을 풀어가는 문법체계도 문체도 분명 다를 것인데 일흔 이라는 늦은 나이에 새로운 장르에 도전을 한 것도, 또 그 첫 소설이 장기간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등극했다는 것도 놀랍습니다. 그 만큼 이 책이 독자들을 매료하는 매력이 있다는 것이겠지요.

 

가재가 노래하는 곳의 주요 공간적 배경은 미국 남부이며 시간적 배경은 1950년대~1960년대입니다. 아직 인종차별이 극심하던 시기, 미국 남부의 한 습지에서 살인으로 추정되는 사건이 발생하며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이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되는 인물은 카야 클라크. 카야의 아빠는 2차 세계 대전에 참전했던 상흔과 뒤틀린 내면으로 인해 가족에 대한 무자비한 폭력을 휘두릅니다. 그 폭력을 견디지 못한 엄마와 형제자매들은 집을 나가버리고 어린 카야만이 습지에서 홀로 성장하게 됩니다. 카야는 흑인인 점핑부부의 돌봄을 받긴 하지만 야생에서 홀로 생존해나가던 과정에서 테이트와 체이스의 두 청년을 알게 되고 두 청년과 카야의 관계를 중심으로 주요 이야기들이 펼쳐집니다.

 

이 책의 장점은 다양한 관점으로 책을 해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책은 살인사건을 둘러싼 법정 스릴러로도 읽힐 수 있고, 가장이 휘두른 가정 폭력으로 해체된 가정 안에서도 독립적으로 습지 전문가로서 성장해가는 주인공의 성장 혹은 성공 스토리로도 읽힐 수 있습니다. 또는 테이트와 체이스와 관계를 통해 사랑의 감정을 발견해나가는 로맨스물로도 혹은 그 시대에 행해진 인종 차별과 여성에게 가해지는 폭력에 대한 사회 고발물로도 읽힐 수도 있습니다(더 핵심적인 이야기도 있지만 반전이 있는 책의 말미로 인해 스포가 될까봐 이 책을 읽으시는 분들을 위해 남겨둡니다)

 

사회복지학과 정책학을 전공한 연구자들이 모인 협동조합에서 진행한 세미나이기에 이야기에 얽힌 여러 장면들을 사회적 문제와 연결하여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였습니다. 1950년대~60년대 미국 남부 사회임에도 불구하고 가족으로부터 버림받은 카야를 찾아내 공교육과 위탁가정 시스템으로 연결하고자 노력하는 미국의 사회복지제도에 대해 놀라워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주인공 카야는 공교육과 위탁가정 시스템을 끊임없이 거부하고 점핑 부부의 조력이 있긴 했지만 자신이 선택한 터전에서 훌륭히 독립적으로 성장합니다. 그런 카야를 보며 아동이 아동학대와 가정폭력에 노출되었을 경우 무조건 시스템적으로 분리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당사자의 의견을 어떤 방식으로 존중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슈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또한 사회적으로 낮은 계층에 있는 흑인인 점핑 부부만이 카야의 버팀목이 되어주는 관계를 통해 사회적으로 혐오 대상이 되고 고립된 그룹에 속한 사람들이 함께 나누는 연대에 대해서도 떠올려보았습니다.

 

다양한 이야기들이 씨줄과 날줄로 섬세하고 아름답게 엮여 있는 이 책을 통해서 작가는 궁극적으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걸까요? 이 사이트를 통해서 「가재가 노래하는 곳」을 알게 되신 분들은 이 책을 한번 씩 읽어보시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