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이승영
소개
협동조합 함께하는연구는 2024년 7월 함께읽기 활동 도서로 "아이들을 놀게 하라"를 선정하여 조합원들과 함께 읽고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책의 원제는 Let the Children Play로, 한국어판 제목은 이를 그대로 옮긴 '아이들을 놀게 하라'이다. 제목만으로도 아이들에게 놀이의 자유를 되찾아주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강렬히 전달한다.
이 책은 2019년 미국에서 처음 출판된 뒤, 2020년 옥스퍼드대학출판부(Oxford University Press)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출간되었다. 한국에서는 2021년 9월 번역판이 출간되었고, 팬데믹이 한창이던 시기에 독자들을 만났다. 팬데믹으로 인해 사회적 모임이 제한되고 일상이 비대면으로 대체되던 그 시기, 이 책은 "아이들을 놀게 하라"는 외침으로 주목받았다.
전 세계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고 모두가 고립을 경험하던 상황 속에서, 이 책은 아이들의 정신건강과 전인적 성장을 지지하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했다. 백신 개발로 팬데믹 종식을 위해 노력하던 와중에도, 아이들의 놀이와 성장이라는 본질적인 문제를 조명하려는 움직임이 이 책을 통해 전 세계로 확산된 것이다.
아동복지, 정신건강, 사회적 고립, 돌봄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며 연구와 실천을 이어온 우리 조합에서는 이 책을 통해 아동 청소년의 정신건강과 지역사회의 문제를 함께 고민할 수 있는 뜻깊은 기회가 되리라는 생각으로 2024년 7월의 함께읽기 도서로 "아이들을 놀게 하라"를 선택하였다.
저자 소개 및 배경
이 책의 저자는 파시 살베리( Pasi Sahlberg)와 윌리엄 도일(William Doyle)이다. 파시 살베리는 핀란드 출신의 교육학자이자 교육정책, 교육개혁 전문가이고, 윌리엄 도일은 미국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저자이자 텔레비전 프로듀서였다. 이들은 책을 쓰기 5년 전, 파시 살베리는 하버드 대학교 교육대학원 방문교수가 되어 미국으로 떠났고, 미국에 살던 윌리엄 도일은 풀브라이트 장학재단의 지원을 받아 핀란드 초등교육체계를 연구하러 핀란드로 떠났다. 서로 거주 국가가 달라진 상황에서 두 교육 전문가들은 자기들 본국의 교육 환경과 매우 다른 교육 환경에 충격을 받았고, 자신들이 거주 중이던 곳의 교육 환경과 그에 처한 아이들의 삶에 대해 관찰하고 연구하며 2017년 록펠러 재단 벨라지오 센터에서 본 저서의 작업을 시작하였다. 저자들은 아이들의 발달에 있어서 놀이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사람들에게 일깨워주고, 놀이를 빼앗긴 요즘의 아이들에게 놀이를 되찾아주고자 수백편의 논문과 자료를 찾아 이 한 권의 책에 담았다.
주요 내용
이 책의 핵심 주장은 제목에 그대로 드러나있다. 아이들을 놀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본문의 대부분은 아동기에 '놀이'가 하는 역할이 무엇인지, 아이들의 신체적 발달과 정신건강에 놀이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에 대한 수많은 증거들을 제시하는 데 할애하고 있다. 이후, 후반부에서는 아이들을 놀게 하는, 즉 아이들의 놀이시간을 늘리고, 놀이를 장려한 결과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 세계 여러 곳에서 있었던 실제 사례들을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상세한 목차는 다음과 같다.
01 어린 시절의 황금기는 올 것이다
02 두 아버지의 이야기
03 놀이가 가진 배움의 힘
04 놀이를 죽이는 세균, GERM
05 어린이들은 왜 더 이상 학교에서 놀지 않는가?
06 미국의 비극 - 쉬는 시간의 종말
07 세계, 놀이와의 전쟁을 벌이다
08 핀란드식 놀이 실험
09 위대한 글로벌 놀이 실험
10 미래 학교의 놀이
Appendix 어린이 헌장
저자들은 두 번째 장인 '두 아버지의 이야기'에서 저자들이 이 책을 저술하게 된 배경에 관해 이야기를 한다. 서로 다른 국가 상황에서 어떻게 충격을 받았고, 그게 어떻게 이 책을 쓰는 계기가 되었는지 말이다.
핀란드에 살던 파시 살베리는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교육 사례들을 연구하고 가르치기 위해 하버드 대학교 교육대학원 방문교수가 되어 미국으로 건너갔고, 윌리엄 도일은 풀브라이트 장학재단의 지원을 받아 세계적인 핀란드 초등교육체계를 연구하고 대학원에서 미디어와 교육에 관한 강의를 하기 위해 핀란드로 떠났다. 각자의 아내와 어린 자녀들도 함께였다.
그리고 둘 다 충격을 받았다.
미국에서 파시가 만난 교육 문화와 아동기는 심각한 스트레스, 표준화, 교사들의 비전문화로 점철되어 있고, 심지어 유치원에서부터 놀이가 조직적으로 제거되고 있었다.
핀란드에 간 윌리엄은 정반대의 상황을 마주하였다. 세계적으로 칭송받는 핀란드의 아동교육체제는 놀이를 통한 학습이라는 강력한 토대에 기반을 두고 있었고, 학교에서는 전문성 있고 존경받는 아동 교육자들의 지도 아래 신나는 놀이와 즐거운 발견이 체계적으로 계속되었다. (42쪽)
저자들은 65쪽에서 '놀이는 어린이가 세상을 배우는 방식이고, 사회생활의 기초를 형성하는 방식이다. 어린이는 놀이를 통해 탐구하고, 발견하고, 실패와 성공을 거듭하고, 사람들과 어울리며 성장한다. 다시 말해서, 놀이는 아동기의 밑바탕이 된다.'라고 서술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아이들에게 '미래를 준비해주겠다는 핑계로 아이들에게서 어린 시절을 빼앗고 있다'라고 주장한다(67쪽).
'교육 개혁'이라는 명목 아래 어린이의 미래를 표준화하고 낭비한다. 하지만 그 어느 것도 어린이들의 건강한 발달과 학습에는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지금 아이들에게 엄청난 불안과 끔찍한 스트레스, 헛된 노력, 그리고 가만히 앉아서 끝도 없이 보게 되는 미디어만을 주고 있다(67쪽).
공공 재정으로 제공되는 학교 교육을 평가하기 위해 표준화된 교과와 시험을 도구로 사용하고, 이로 따라 학교 현장은 평가와 시험에 맞춘 교육을 제공하게 되며, 그 결과 아이들은 성장과 발달에 가장 중요한 놀이를 빼앗기고, 외적으로 강요된 기준에 맞는 성과를 만들어내는지 여부에 따라 평가받는 상황에 부닥쳐있다는 것이다.
'04 놀이를 죽이는 세균, GERM'에서는 '아이들의 교육 격차를 줄이고자' 도입된 세계 교육 개혁 운동 Global Education Reform Movement 이 아이들에게 학업 성취만을 강요함으로써 결국은 아이들 발달을 저해하는 '세균 germ'이 되어버린 현실을 지적하는 수많은 자료를 제공한다(145쪽). '05 어린이들은 왜 더 이상 학교에서 놀지 않는가?'에서는 표준 시험 도입되면서 교육 현장에서 일어난 여러 변화를 제시한다. 그리고, '06 미국의 비극 - 쉬는 시간의 종말'이라는 장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아이들에게는 쉬는 시간마저 사라지고 학업 성취만을 위해 내몰리는 상황이 되었음을 보여준다.
이후 07장에서부터는 이러한 놀이 결핍에 따른 문제를 인식하고 아이들에게 놀이를 되돌려주기 위해 일어난 세계 여러 곳의 학교에서 일어난 놀이 활동과 실험을 상세하게 보고하고, 마지막 10장에서 미래 학교의 놀이가 어떠해야 하는지 제시하며 책이 마무리된다.
저자들은 '03 놀이가 가진 배움의 힘'에서 미국 소아과 의사들이 아이들의 학습과 놀이에 대해 발표한 여러 임상 보고서와 논문들을 바탕으로 중요한 시사점을 요약해서 제시하고 있는데(131-136쪽), 아이들의 건강한 신체적 정신적 발달에 있어서 놀이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특히 자유놀이는 아이들에게 필수적인 부분으로, '모든 어린이가 창의력을 발휘하고, 반성하고, 회복탄력성을 키우고, 긴장을 풀기 위해서는 미디어에 노출되지 않는 자유놀이 시간이 풍부해야 한다. 또한 놀이는 어른들의 지시보다 아이들 주도로 이루어져야 하며, 텔레비전이나 컴퓨터 게임처럼 수동적인 놀이보다 적극적인 놀이가 필요하다(133쪽)'라고 한다.
또한, '쉬는 시간은 아동의 사회적, 정서적, 신체적, 인지적 발달을 최대한 능률적으로 하기 위해 필요하다. 쉬는 시간은 아이의 개인적인 시간이며, 발달과 사회적 상호작용의 기본 요소이므로, 벌로 쉬는 시간을 빼앗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 쉬는 시간을 줄이거나 취소하면 학업 성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134쪽)'. 뿐만 아니라 '정형화된 체육 수업보다 자유로운 쉬는 시간을 보낸 이후에' 학습 집중도도 올라가며, '쉬는 시간은 학생들이 심적으로 긴장을 풀 수 있을 정도로 자주, 길게 주어져야 한다(135쪽)'고 한다.
이러한 제언들은 미국 소아과 의사들의 임상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제시하는 것들로, 저자들은 사람들이 '자녀의 건강검진이나 약 처방, 예방접종 등에 관해서라면 소아과 의사의 말을 아주 잘 듣는다. 그런데 왜 학교에서 겪는 자녀들의 학습과 정서, 심리, 신체 건강에 대해서는 그들의 조언을 따르지 않는가?'하고 반문한다(136쪽).
저자들은 아이들이 학교에서 놀지 못하게 되고 학습에만 내몰리게 된 상황과 최근들어 급증한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ttention-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 ADHD)에 관한 관련성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놀랍게도 600만 명에 달하는 미국 학생들이 ADHD라는 진단을 받았다. 이는 모든 아동의 15%에 해당하는 수치이며 특히 남자아이들은 전체의 20퍼센트가 이 병을 진단받았다(206-207쪽).
이에 대해, 208쪽에서 다음과 같은 의견도 덧붙였다.
듀크 의과대학 명예교수이자 정신의학부 학과장을 역임했던 앨런 프랜시스(Allen Frances) 박사는, ADHD가 심각한 문제인 건 분명하지만, 그 정의가 '적용 과정에서 너무나 느슨해진 나머지 발달적으로 단지 다르거나 미성숙한 많은 아이들마저 ADHD로 진단 내리고 있다'고 했다. 그는 말했다.
"그 병의 이름은 사실 아동기이다."
ADHD를 어디까지가 질병이나 장애이며, 어디까지가 발달과정상에 거쳐가는 과정으로 볼 수 있는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겠지만, 최근 들어 급증한 ADHD 에 있어서는 과도한 진단의 영향도 있을 수 있음을 지적하는 것이다. 이것이 놀이와 연관이 되는 이유는 209쪽에서 다음과 같이 서술한다.
다시 말해서 일부 부정확한 ADHD 진단은 발달상 맞지 않는 학업 압박에 대한 아이들의 자연스러운 반응에 기인한 것일 수 있다.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행동신경학자 야크 판스키프(Jaak Panskeep)는 이렇게 추측한다.
"정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극소수의 어린이들도 있긴 하지만, ADHD로 진단받은 대부분의 어린이들에게는 임상적으로 관련된 뇌 장애가 전혀 없다. 다만, 놀고 싶은 욕구가 좌절되었을 때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행동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많은 아이들이 있을 뿐이다."
그는 이렇게 썼다.
「최소한 초등학교 3학년생까지는 매일 첫 교시가 쉬는 시간이 되어야 하며, 그 시간에는 즐거운 신체 활동과 긍정적인 사회화가 이루어지도록 도와야 한다. 오늘날의 포스트모던 사회는 어린이들에게서 자연스러운 놀이를 박탈하고, 그 자리를 놀이 욕구를 줄이는 의약품과 엄격하게 통제된 활동으로 대체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 임상 전 근거에 따르면, 만약 유치원 어린이들의 교육 식단에서 '놀이'의 힘을 회복한다면 ADHD가 급증하는 속도를 현격히 낮출 수 있을 것이다.」
행동신경학자 야크 판스키프의 제안처럼, 초등학교 3학년까지 매일 첫 교시가 쉬는 시간, 자유로운 놀이시간이라면 아이들은 매일 아침 얼마나 가벼운 발걸음으로 학교를 향하게 될까! 저자들은 아이들을 놀게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한 자료를 계속해서 제시한다.
「학교에서의 쉬는 시간, 체육 시간, 교실에서 하는 신체 활동은 특히 수학과 읽기 학습 효과를 증진시킬 수 있다. 수학과 읽기를 잘하기 위해서는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실행 능력이 필요한데, 이는 신체 활동 및 신체 건강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실행 능력과 두뇌 건강은 학업 성취의 기초가 된다. 집중력, 기억력과 관련된 기본적인 인지 기능이 갖춰지면 학습은 훨씬 쉬워지며, 그런 기능은 신체 활동 및 활발한 유산소 운동을 통해서 발전한다(91쪽).」
위 인용문에서처럼, 놀이는 아이들의 학습 효과 증진에도 필수적이다. 아이들을 놀게 하라는 책에서 놀이가 왜 필요한지를 설파하는 근거로서 학습효과 증진에 효과적이라는 것을 내미는 것이 어찌보면 다소 진부해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요즘의 학교와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놀이를 빼앗는 핑계가 '학습 성과'인 상황에서, 그 학습 성과를 증진하는 데에도 놀이가 필수적임을 보여주는 것만큼 학습성과에 경도되어 있는 이들을 설득하기 좋은 근거가 어디 있을까!
학교 현장에서 놀이가 다시 도입되고 장려되었을 때 아이들에게, 학교 현장에 일어난 변화가 궁금하다면 08장에서 09장에 걸쳐 서술된 여러 국가와 교육 현장에서의 활동과 그에 따라 관찰된 수많은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읽어볼 것을 권한다.
많은 분들이 이 책을 읽고, 우리가 살았던 유년기의 삶과 요즘 아이들이 처한 현실이 얼마나 다른지 직시하고, 우리가 누렸던 자유와 놀이를 우리 아이들에게 선물하고 싶다는 마음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 각자가 속한 현실에서 우리만의 방식으로 아이들의 놀이 시간을 확대해나감으로써 우리 사회를 살아가는 아이들의 행복감이 조금이라도 높아지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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