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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공부/함께읽기

『질의응답』



질의응답 (니나 브로크만·엘렌 스퇴겐 달 지음, 열린책들, 2019년)


작성자 | 최보라

『질의응답』은 노르웨이 산부인과 의사인 니나 브로크만과 의대생인 엘렌 스퇴겐 달이 '우리가 궁금했던 여성 성기의 모든 것'에 대해 의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솔직하고 따뜻하게 설명해 준 책이다. 저자들은 의대생 시절 노르웨이 전국을 돌아다니며 10대들, 성 노동자들, 난민들을 만나며 성에 대해 교육하였다. 그러면서 그들이 여성 성기에 대해 궁금해 하는 것들을 정리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가닿으려고 블로그를 열었고, 『질의응답』이라는 책 출판으로 연결되었다. 

나는 한 사람의 여성으로서, 청소년상담기관 실무자로서, 성교육 강사로서 '성(Sexuality)'과 관련된 많은 책과 자료들을 보고, 공부하고, 교육해 왔지만 여성 성기에 대해 제대로 설명해 놓은 (전문 의학 서적 외의) 대중서가 부족하다고 생각해 왔다. 그러던 중 만난 『질의응답』은 그동안 내가 갖고 있던 여성 성기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해 주기에 충분했다. 


『질의응답』은 1-생식기, 2-냉, 생리, 그 밖의 분비물, 3-섹스, 4-피임, 5-생식기에 생기는 문제의 5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부끄럽고 민망해서, 혹은 (남성 성기에 비해 연구가 부족해) 과학적 자료가 부족해서 제대로 알지 못했던 내 몸에 대해 제대로 알게 되었고, 나의 성건강을 더 잘 관리할 수 있는 역량을 갖게 되었다. 내부 생식기뿐 아니라 외부 생식기에 대해서도 명확히 알게 되었다. 예를 들면, 처녀막이 아니라 질막임을, G스팟의 해부학적 근거가 없다는 것 등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임신과 오르가즘, 피임약 선택 방법, 생리통, 성병, 자궁경부암 등 생식기 질병과 예방법 등에 대해 명확히 이해하게 되었다. 나아가 다종다양한 성별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갖게 되어 인권감수성 또한 향상할 수 있게 되었다. 이 글을 읽는 분들도 (여성, 남성, 다양한 성별 모두) 『질의응답을 읽어보길 권한다. 확실히 책을 읽기 전과 후는 성(Sexuality)에 대한 지식과 인식의 질이 달라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저자들이 이 글을 볼 수는 없겠지만) 저자의 후기에 대해 응답하고 싶다. 책을 읽는 시간이 정말 멋진 여정이었다고! 이 책을 통해 평생 배운 성지식 보다 많은 것을 배웠다고! 그리고 내가 가지고 있는 여성 성기를 좋아하고 자랑스럽게 여기게 되었다고! 반드시 계속 공부하겠다고!

 

본문 중에서.. 

성별을 결정짓는 요인에는 (적어도) 세 가지가 있다. 우리는 이 책에서 그 세 유형, 즉 유전적 성별과 육체적 성별과 심리적 성별을 살펴보았다. 성별은 이분법적인 것이 아니다. 염색체 이상 때문에 전형적인 성염색체 조합인 XX나 XY 외의 다른 조합이 탄생할 수도 있다. 유전자 오류 때문에 성기가 여성 성기도 아니고 남성 성기도 아닌 그 중간쯤의 형태로 발달할 수도 있다. 타고난 육체적 성별과 유전적 성별이 스스로 느끼는 심리적 성별과 다를 수 있다. 요컨대, 성별이란 언뜻 생각되는 것처럼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여러분이 이 간략한 설명에서 호기심을 느꼈기를 바란다. 그리고 사람의 성별이 취할 수 있는 다종다양한 가능성을 좀 더 열린 마음으로 바라보게 되기를 바란다. (67~68p.)


우리는 또 요즘 세상에 나도는 호르몬 피임제의 무시무시한 이미지를 좀 바꾸고 싶다. 가끔 언론 보도를 보면 의료계가 호르몬 피임제의 부작용을 잘 모르는 게 아닌가, 그래서 여성의 건강을 두고 도박을 벌이는 게 아닌가 하는 인상을 받는다. 그런 인상은 다행히 사실이 아니다. 여러분이 약국에서 집어 드는 피임약은 세상에서 가장 철저히 조사된 의약품 중 하나다. 1960년대부터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여성이 피임약을 복용해 왔기 때문에, 연구자들에게는 통계 자료가 산더미처럼 있다. (222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