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폭력 (Emotionale Gewalt, 베르너 베르텐스 저, 걷는나무, 2019년)
작성자 | 이인선
「감정폭력」은 독일의 의사인 베르너 바르텐스(Werner Bartens)가 쓴 책으로, 독일어 원제는 ‘Emotionale Gewalt’이다. 직역하면 정서적 폭력, 영어로는 Emotional violence에 해당하는데, 이 책의 한국어 제목은 감정폭력으로 붙여졌다.
한국사회에서도 가정폭력이나 데이트 폭력 등 친밀한 관계에서 일어나는 정서적 폭력과 학대, 직장이나 사회적 관계에서 권력이나 힘의 우위에 의해 발생하는 괴롭힘, 따돌림, 갑질 등이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이전에는 심각한 신체적 폭력만을 폭력으로 인식하던 것에서 점차 정서적인 폭력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이 책은 여러 개인적, 사회적 관계에서 발생하는, 우리가 폭력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묵인하거나 용인할 수 있는 정서적인 폭력의 사례들을 감정폭력이란 주제로 정리한 책이다. 의사인 저자는 정서적 폭력이 어떻게 스트레스, 신체적 증상 또는 질병으로 이어지는지도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은 독자가 가볍게 읽고 이해하기 쉽게 쓰여진 책으로, 정서적 폭력에 대한 대중의 이해를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책의 마지막 파트에서 감정폭력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다루고 있는데, 개인의 감정적·심리적, 의학적 대처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아쉬움이 있다(의사인 저자의 관심영역과 시각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본문 중에서...
p.26. 사람들은 자기를 화나게 한 사람을 향해 분노를 표출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손쉬운 희생자를 찾아 화를 낸다. 분노와 증오를 분출하는 방향을 바꾸어 재빨리 적당한 희생양을 찾아 쏟아내는 것은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다. 분노를 유발한 사람이 피해를 보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그 대신 대부분 사회적 취약 계층이나 스스로를 방어하지 못하는 사람이 고통받는다.
p.80. 정서적 폭력은 몸과 마음을 병들게 하고 꽤 심각한 흔적을 남긴다. 의학계에서는 다양한 모습으로 다양한 시기에 표출되는 이러한 문제에 오랫동안 주목하지 않았다. 최근에서야 수많은 연구를 통해 심리적 고통과 학대, 또는 다른 종류의 정신적 충격이 신체에 어떤 여파를 남기는지 알려지고 있다... 모욕과 멸시를 당한 경험이 많은 사람은 몸속 스트레스 수치가 지속적으로 상승하여 약간의 자극만 받아도 스트레스가 폭발한다. 이럴 때마다 몸은 매번 위험 신호를 내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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