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인 착한 사람의 탄생』
이기적인 착한 사람의 탄생 (유범상 지음, 학교도서관저널, 2018년)
작성자 | 최보라
『이기적인 착한 사람의 탄생』은 빈곤과 불평등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고 강의하는 유범상 교수가 성북도서관의 인문학 강좌에서 강의하고 동료들과 토론한 내용을 정리하여 그 결실로 출판한 책이다. 저자는 대중들이 문제에 대해 보다 쉽고 본질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문학작품을 빌어 자본가와 노동자의 탄생과 그들이 맺고 있는 관계와 제도를 깊이 고찰하도록 안내한다. '돈'을 가진 사람에게는 '멋진 신세계'인 자본주의 사회가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취업난, 갑질, 비정규직, 산재사망 등 불편하고 부당한 세상일 뿐이다. 저자는 자본주의의 사람들을 '이기적인 착한 사람'이라고 칭한다. 거기에는 돈을 가진 자본가와 고용돼 일하는 노동자가 있는데 두 부류 모두 최소 비용으로 최대 이익을 추구하는 이기적인 존재이다. 그런데 자본주의에서는 이런 사람들의 이기심이 싸고 질 좋은 제품을 생산하게 하여 발전을 이루는 원동력이되므로 '착한'것이 된다. 결국 자본주의형 인간의 탄생은 이기적인 착한 사람의 탄생이 된다.
저자는 자본주의와 자본의 탄생(1장), 자본가의 정치세력 획득의 과정(2장), 부르주아지가 노동 윤리를 통해 자신들의 존재의 정당성을 입증하는 모습(3장), 압도적인 자본의 힘과 노동 윤리에 영혼(사고하고 목소리를 내는 힘)을 빼앗긴 노동자들의 모습(4~5장), 고독한 나에서 함께하는 우리로, 킁킁대는 동물에서 말하는 존재로의 대안(6장)에 대해 역사적 맥락 속에서 이해하도록 하고, 더불어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 마크 트웨인의 <왕자와 거지>,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 모파상의 <목걸이>, 미셸 투르니에의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등 다양한 문학작품을 통해 생생한 당시 모습을 느끼도록 해준다.
나는 사회복지를 공부하고, 실천하고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사회복지의 궁극적 가치이자 목적인 '인간의 존엄성'과 '배분적 사회정의'를 이루는 것이 지금의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불가능하겠다는 회의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이기적인 착한 사람의 탄생』은 자본주의에 뿌리를 두고 있는 많은 사회문제들의 본질을 역사적으로 구조적으로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고, 나아가 도처에 존재하는 빈곤, 질병, 극심한 경쟁 등 우리를 비인간적으로 만드는 모든 것인 '페스트'에 대항하기 위해 평범한 사람들이 조직했던 '자원보건대'에서 희망을 보게 하였다. 무한경쟁, 적자생존, 각자도생이 판치는 이 사회에서 '함께하는 우리'가 되기 위해 말하기를 시작하고 연대할 것이다.
본문 중에서..
당시 상퀼로트는 열심히 일하지 않았다. 왜일까? 이에 대해 베버는 재미난 일화를 소개한다. 영주가 수확기에 성과급을 주면서 일을 더 많이 시키려 하자, 농업 노동자들은 오히려 덜 일한다. 노동자가 원하는 것은 많은 보수가 아니라 적정한 돈이고 적은 일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기존의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기존과 동일한 돈을 받는 것에 '흡족'했다. 봉건제의 농노들(이 원하는 것)은 돈의 축적이 아니라 삶의 유지였다. 더 일해 봤자 영주만 좋은 일은 시키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결국 부르주아지는 상퀼로트에게 노동 윤리를 가르쳐야 했다. (중략) 노동 윤리는 노동자들이 성실하게 일하고 긴 노동 시간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가르친다. 이를 통해 자신과 자신의 가족을 책임져야 한다는 가족 윤리가 더해진다. 가족 윤리에 따라 가족(특히 여성)은 임금을 버는 남성 노동자를 위해 사적인 지지망이다. 이런 가족 윤리는 여성을 무급 가사 노동으로 묶어 두거나 여성이 노동 시장에 나왔을 때 저임금을 정당화하는 논리가 된다. (중략) 노동 윤리와 가족 윤리는 상퀼로트가 노동 시장에 나와 열심히 일해야 한다고 훈계한다. 부르주아지는 이 윤리의 뒤에 숨어서 상퀼로트를 지휘한다. <피노키오>는 이런 노동 윤리와 가족 윤리를, 부르주아지가 상퀼로트에게 하고 싶은 말을 담고 있는 보물 창고 같은 소설이다. <로빈슨 크루소>와 <피노키오>를 이러한 관점에서 읽고 나면 자연스럽게 빈민이나 실업자는 혐오의 대상이 된다. (105~106p.)
자본주의가 처음 등장했던 모습 그대로라면 킁킁대는 동물을 양산할 가능성이 크다. 이 시스템에서 먹고사는 문제를 개인이 모두 해결하라고 한다면, 소수의 있는 사람들을 제외한 다수는 항상 위험에 처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자본주의는 그 안에 페스트를 품고 있는지 모른다. 그렇다면 자본주의에서 플라톤이 언급한 "말하는 인간"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언제 어디서든 차이가 편안히 드러나는 광장을 가져야 한다. 이 광장은 늘 비판이 숨쉰다. (214~215p.)